"언니 같은 경우엔, 다른 언니들에 비해서 본인한테 맞는 직업군이 상당히 많아요."
4년쯤 전이었다.
인생이 답답하던 무렵, 용하다는 점집에서 들은 말이다.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좋게 말하면 뭐든 평균은 한다는 뜻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뚜렷한 재능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넌 뭐든 잘할 거랬어. 니 사주가 그렇대."
어릴 적 엄마의 그 말은 내게 칭찬보다 숙제에 가까웠다.
뭐든 잘할 거라는데, 정작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건 얼마 전이다.
모든 걸 혼자 소화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AI를 등에 업고 정말로 이것저것 다 해내는 나를 보면서.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는 것, 그게 어쩌면 나의 재능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흩어진 것들을 두루 엮어내는 능력.
예전엔 이름조차 붙지 않던 재능이다.
물론 이 재능도 저절로 자라진 않는다.
노력과 공부는, 여전히 필요하다.
특출난 재능은 없지만, 덕후력은 있다.
머리 좋아 성적이 좋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성별도, 나이도, 전공도 가리지 않고 누구와든 두루 잘 지냈다.
그럭저럭이던 아이가,
하필 세상이 뒤집히는 시대를 만났다.
이제 나는,
무엇을 맡겨도 잘 해내는 직장인이 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 능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