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든 시뮬레이션 세계 속으로 끌려들어왔다.
들어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다.
그냥, 눈 떠 보니 이곳이었다.
1년 전, 내가 이 시뮬레이션을 만든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소멸의 기로에 선 인류가, 파멸로 가는 경우의 수를 지켜보기 위해서.
이곳은, 실제 인류를 구하기 위해 리셋을 반복해 온 실험장이며, 그저, ‘시뮬레이션’이었다.
가까운 과거, 신흥 귀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부와 기술을 지닌 기업들이 등장하고, 인류는 암묵적으로 계급사회가 되어갔다.
그러나 그들이 가져온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류의 진보를 의미하진 않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았고, 도시들은 점점 아기의 울음소리를 잃어갔다.
미래에 희망을 잃은 일반 시민들은 자멸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5년 전, 이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미래를 직접 보고 온 사람처럼 신 인류의 등장을 예측했다.
그리고 신 인류에 대한 연구가 세상에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당연하게도 대중은 그 주장을 믿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녀의 주장도 그때까진 거짓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녀의 말처럼 연방국은 비밀리에 신 인류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
그 소식은 암암리에 우리 A-5 연구실까지 닿았다.
나는 인류를 구원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건, 생명공학자인 내가 그 누구보다 인간과 문명을 사랑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군주님, 이 자가….”
내가 만든 세계 속 시뮬런트들이 그녀를 ‘군주’라 칭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착되어 온 듯 가까워 보였다.
“알렉스.”
게다가 그녀는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좀 쉬어요. 앞으로 바빠질 테니까.”
“당신은 한나죠? 아니, 그 전에. 여긴 대체….”
“시뮬레이션. 당신이 만든 세계에요. 그리고 다른 차원 속 세계이기도 하죠.”
“….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이 세계에 ‘끌려들어왔다.’
어떤 원리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 지 알아내려 했으나,
이곳의 시간으로 수 시간 째, 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