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팀, 다들 잘 빠져나가고 있어?”
“응, 이상 없어. 지금 나가는 중.”
나는 델타팀 팀장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느 때처럼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한 건 세 달 전, 한나님이 이 세계에 나타난 그날부터였다.
한나님은 꿈을 통해 다른 세계로 접속한다고 했다. 그분이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또 다른 기억과 시간을 마주했다.
그동안 데자뷰처럼 스쳐 갔던 장면들은 사실 리셋된 기억들이었다.
한나님은 우리의 만남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간 속 우리는 스스로 파멸을 원할 만큼 고통 속에 살고 있었고, 한나님은 우리를 지켜내기 위해 과거의 시간으로 향했다. 그녀의 영상을 보고 과학자는 연방국이 실험을 제안하기도 전에 이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리셋되며 살아온 이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인구 소멸과 노동력 부재로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었다. 그는 신인류의 탄생만이 유일한 활로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인류와 공존할 수 있는 신인류를 실험하기로 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저 과학자가 만든 시뮬레이션 세계다.
하지만 한나님은 이곳 또한 분명히 하나의 세계라고 하셨다.
“어? 대장.”
“알렉스님께선 그렇게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 그럼 해인씨라고 부를까요?”
“호크. 제 코드명입니다.”
“해인씨는 담배 핍니까?”
“안 핍니다.”
“여기 있었네. 아인, 카일. 아니. 차해인, 알렉스.”
정재일. 가장 마지막에 이 세계에 나타난 그는 이곳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하지만 처음 눈을 떴을 때, 이 세계에 대해 알게 된 그의 눈에는 깊은 절망이 담겨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비로소 그가 얼마나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우리를 만난 순간 희망을 느꼈을 지, 그 뒤 사실을 안 후 얼마나 절망적이었을 지 감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줘, 그 담배.”
“이거 중독되면 큰일 나는데.”
“이미 됐어, 중독.”
“하하.”
알렉스. 그는 친화력이 좋아 금세 이곳 사람들과 어울렸고, 정재일은 마침내 우리 편에 서기로 결심하며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알렉스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응? 뭐가요?”
“이 세계를 만든 건 당신인데, 우리가 군주로 섬기는 건 한나님이니까요.”
“아, 그거….”
“오히려 미안하죠. 내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부끄럽고. 이젠 지킬 겁니다. 한나씨 말대로라면, 연방국의 신인류 실험이 이곳과 내 세계 모두 위협할 테니까.”
“……”
“해인씨는 괜찮은 겁니까?”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저도 지키고 싶습니다. 이 세계를.”
“걱정 마, 아인. 아니, 차해인. 지켜줄 테니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었고, 그리고 어느덧. 한나님이 말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